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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아시아연대
Subject  
   프랑스 교외폭동과 최초고용계약제의 교훈
문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방식
프랑스 교외폭동과 최초고용계약제의 교훈

2006-08-30 오전 10:24:04  입력 ⓒ르몽드 코리아  
  
유럽연합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되면서 회원국들은 공공분야의 재정적자를 3% 이내로 감소시켜야만 했다. 여기에 우파 정부가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도입하여, 기득권 계층의 이익을 확대하고, 비정규직의 양산을 시도했다. 새로운 정책들의 타격을 정면에서 받은 집단은 바로 이주민 가정의 청소년들과 최초고용을 앞둔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프랑스 정부에 과감하게 저항했다. 그것이 2005년말 파리 교외 소요였으며, 2006년초 청소년들의 저항이었다.

프랑스 우파 정부는 1995년부터 재정적자 해소를 이유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하려고 했다. 복지예산의 감축, 공공부문의 민영화, 35시간 노동제의 완화, 하청제도의 도입 등으로 재정수지를 줄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노동자들은 시위를 통해 저항하거나 아니면 선거를 통해 간접적인 저항을 표시했다.
문제는 사회당이나 거대 노동조합 등과 같이 전통적으로 노동자들과 공공부문을 지지하던 집단이 최근 우파 정부의 ‘살빼기’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바람에 신자유주의 정책의 도입은 대세인 것처럼 보였다. 사회당과 노조는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었다. 사실 후기산업사회가 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중산층으로 이동했고, 실업자, 비정규직, 이주민들이 프랑스 사회의 새로운 하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프랑스가 공공부문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그 타격을 정면에서 받게 된 계층이 바로 도시 교외에 거주하던 북아프리카 출신의 이주민들이었다. 1975년부터 시작된 경제 불황으로 이들은 만성실업 상태에 있었고, 정부의 지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주민 가정의 청소년들은 직장도 없이 교외에서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절도와 폭행, 일탈행위 등으로 사회 불안세력으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이들 이슬람계 청소년들은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만이 깊어 계기만 되면 폭발될 수 있는 그런 상태였다.  
북아프리카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이주민들의 수는 약 500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절반은 귀화하여 프랑스 국적을 보유하고 있으나 종교적․문화적 이유로 프랑스 사회에 동화되지 않고 언제나 이슬람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 사회에 동화되지도 않았고 동화되려고도 하지 않고 자신들의 문화와 습관과 음식을 갖고, 교외 시영아파트에서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었다(1). 경제 호황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보였으나 오일 쇼크와 경제위기가 오자 이들 외국 이주민들은 프랑스 사회에 무익한 집단으로 인식되었다.
이슬람 공동체들은 늘어난 실업자들로 가득했으며 동네도 미국의 슬럼가들처럼 변해갔고 이어 각종의 도시문제들이 터져 나오게 되었다. 프랑스 정부는 외국 이주자들에게 했던 미래에 대한 약속을 잊고, 대신 경찰들을 파견하여 단속 대상으로만 파악했다. 오랫동안 프랑스에 이민을 온 사람들은 ‘인간으로 온 것이 아니라 청소부, 인부, 노동자로 온 것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대도시 교외에서 성장한 프랑스 국적의 아랍계 2세 청소년들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2005년 10월27일 파리 교외 클리시수부아에서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두명이 숨진 것을 계기로 그동안 차별과 무시 속에 억눌려 왔던 이민자들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11월17일까지 3주에 걸친 소요로 차량 9천대가 불탔고, 3천여 명의 청년들이 체포되었으며,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들도 100여명이나 부상을 입었다. 프랑스 정부는 비상사태법을 발동했고, 역사상 처음으로 식민지가 아닌 프랑스 본토에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리기까지 했다(2).
파리 소요에 대한 원인을 프랑스 사회학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사회통합 시스템에 문제가 있고, 그동안 역대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대신 대증요법에만 의존한 탓으로 보았다. 또한 우파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사회복지비 삭감은 교외지역에 실업자만 양산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프랑스 사회 '우경화'에 대한 반작용

저명한 우파 이론가인 기 소르망은 정치 지도층과 일반 사회를 유리시킨 ‘국가 자폐증’이 소요 사태의 진정한 원인이라며 정치계를 통렬히 비판했다. 그는 "교외 지역 청소년들의 도시 게릴라전은 변하지 않고 있는 정치계와 일반 사회 사이에 놓인 총체적인 단절 현상을 증명할 뿐"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또한 그는 "모든 정파에 고르게 영향을 미친 현저한 자폐 증세가 지난 30년 이래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가 지도자들이 파리 소재 몇몇 그랑제콜(엘리트 양성특수학교)이란 한정된 같은 공간에서 배출되는 현상을 하나의 예로 들었다. 그는 "13세기 때 규정된 국가의 개념과 나라 경영 방식이 변화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회가 국가에 적응하게 돼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평등한 개인들이 사회를 구성한다. 그러나 1980년대 이래 국가는 허공에 대고 말해 왔고 사회는 수많은 다른 방향으로 분산됐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이주민들을 프랑스 사회에 동화시키는데 완전히 실패했음을 드러내고 말았다. 프랑스 정부는 그들을 격리시키고 차별시키기만 했고 경찰을 보내 이들을 단속하고 구금하는 억압정책으로 일관했다. 한편 국민들은 이슬람 이주민들의 증가와 그들의 문화가 확대되는 것을 공포심을 가지고 바라보았고 사회안전을 생각하게 되었다(3). 이러한 자양분을 토대로 국민전선과 같은 극우파가 쉽게 대두할 수 있었다. 또한 프랑스 이주가정 청소년들의 소요는 결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그동안 받았던 차별이 분노로 누적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4월11일 파리에서 드빌팽 총리를 비난하는 캐리커처가 그려진 플랭카드를 들고 학생들이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또한 이번 소요는 프랑스 사회의 우경화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다시 정권을 창출하려는 우파 집권당이 기득권 계층에게 지지를 얻기 위해 공공부문을 축소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좌파 정권인 사회당과 공산당, 녹색당 등은 사회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그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진정한 해결책을 제시한 탓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슬람 이주자 문제에 대해서만은 확고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좌파 정당의 미흡한 이주자 문제인식도 이 문제를 심각한 사태에 도달하게 만든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전세계가 주시하던 프랑스의 소요사태가 끝난 지금, 프랑스 정부가 내놓은 이민정책은 파리 교외지역에 대한 재정지원을 포함하고 있지만, 더이상 북 아프리카나 구 식민지국가들로부터 노동자 이민을 받지 않는 것이다. 대신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등으로부터 우수한 인재들을 장학금을 주면서 유치하는 방향으로 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프랑스에 필요한 인력을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잠재력이 있는 국가들의 지도자들을 프랑스에서 훈련시켜 친프랑스파 인사들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래저래 이주민 청년 노동자들의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다. 프랑스 내무부는 2006년 7월 현재 프랑스 외국인들의 불법체류를 양성화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약 2만명이 양성화를 신청했고 신청자의 1/3에 해당하는 약 6천여명만이 체류증을 받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프랑스의 이슬람 이주민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여 게토화된 이슬람 공동체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북아프리카 이주민들을 일부는 프랑스문화로 동화시키고, 일부는 그들의 문화를 프랑스 사회에서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는 다문화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다.
프랑스 우파 정부가 최초고용계약(CPE)을 입법화하려던 것은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사회보장 수익자 원칙, 고용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하여 점차 기득권계층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을 대세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최초고용계약법이란 26세 미만의 청년들이 처음으로 20명 이상의 노동자들을 고용한 직장에 취업할 경우, 정규 채용 급료의 절반만 받으며 노동조합에도 가입할 수 없고, 일종의 연수성향이 강한 2년 계약기간이 끝난 뒤 아무런 고용보장 없이 해고될 수 있는 점을 특징으로 하는 제도이다. 우파 정부는 정규고용에 대한 부담을 들어줌으로써 기업들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순간적인 실업수치를 내려 프랑스 사회가 안정적임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프랑스의 합법적인 정식 노동계약은 크게 두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기간제 계약제(CDD, contrat à durée déterminée, 이하 비정규직으로 약함)와 비기간제 계약제(CDI, contrat à durée indéterminée, 이하 정규직으로 약함)이다. 기간제 계약제란 계약 때 기간이 명시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한국의 비정규직과 비슷한 제도다. 부문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 6개월의 유급기간을 두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가능한 한 CDD(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고 CDD를 CDI(정규직) 고용제도로 유도하기 위해 여러 장치들을 두고 있다. 일시적인 노동력 부족이나 정식 CDI(정규직) 노동자의 출산 및 병가와 같은 사정으로 인한 일시적인 공석을 메우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즉 항시적으로 필요한 분야에서는 CDD를 고용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단 CDD가 만료되면 다시 같은 자리에 CDD로 고용자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이전 계약기간의 1/3에 해당하는 기간이 지나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동일노동과 동일직종의 경우 CDD 노동자는 CDI와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으며, 회사의 복지시설, 구내식당, 사내 복지 및 탁아시설 등을 CDI 노동자들과 같은 조건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 또한 노조 선거권과 피선거권도 동일하게 주어진다. 반면 비기간제 계약이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글자 그대로 기간이 명시되는 일반고용으로 한국의 정규직과 비슷한 제도이다.
문제는 프랑스의 기업인들과 우파 정부가 이러한 비정규직 제도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더 유연한, 다시 말해 좀더 쉽게 고용하고 또 해고하고 급여도 적게 주는 새로운 제로를 만들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CPE 제도였다.
새로운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하려고 하자, 직업계 고교생들과 현재는 병역의무가 없는 대학생들, 26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반발한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그들의 선조들이 투쟁해서 획득한 사회적 유산이자 기득권인데, 우파 정부가 기업가들과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해주고 집권을 하기 위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훼손하려는 것에 잠자코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은 당연히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것이 바로 2006년 2월7일부터 시작된 파리 청소년들의 시위였다.

새로운 '하층민'과 새로운 '집단'들

최초고용계약법안 제정이 논의되고 있을 당시에는 학생들과 일부 노조와 일부 정당만이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 당연히 정규직을 희망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던 실업계고교생과 대학생, 26세 미만의 청년들이 정부의 의도에 반발했다. 이들이 대규모로 거리로 나서게 된 것은 스키방학인 바캉스 기간이었던 2월7일이었다. 학생들과 노조원, 교사들은 바캉스를 떠나는 대신 대도시에서 시위에 참가했다. 파리의 경우 시위대는 바스티유 광장을 출발하여 공화국 광장까지 약 3시간에 걸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교사노조 선생님들로부터 노동과 고용, 사회복지에 대해 듣고 배우고 토론하면서 이 법안이 안고 있는 속임수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은 ‘1회용 휴지가 아니다!’라는 슬로건에서 잘 나타나고 있듯이, 점차 생산과 이윤이 늘어나는 데도 고용이 불안하고 실업이 늘어나고 기득권 계층은 더욱 부자가 되어가는 신자유주의정책을 도입하려는 우파의 의도를 방치할 수가 없었다. 미국언론이 아무리 ‘실패한 프랑스의 고용제도’, ‘틀을 다시 짜는 프랑스 사회보장제!’라고 추켜세우며 ‘신자유주의를 도입하라’, ‘미국처럼 해보라’고 부추겨도 이들은 그런 구호에 속지 않았다. 역사와 전통과 기업풍토와 문화가 다른 프랑스를 미국식 정책으로 재단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보았던 것이다.  
집권여당은 이러한 청소년들의 항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하원과 상원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시위는 더욱 거세어졌고, 이제 학부모들과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좌파 정당과 거대 노조들도 여론에 밀려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3월 중순이 되면 정부가 주도하는 최초고용계약제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자크 시락 대통령은 대통령령으로 CPE 법안을 철회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미국의 주도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프랑스의 길은 존재하는가? 프랑스에는 이주민이라는 새로운 문화와 정체성을 가진 사회하층이 대두했다. 또 노동권과 사회권을 국민의 기본권리로 인정하면서 그러한 권리들은 선조들이 싸워 투쟁하여 획득한 당당한 권리로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인식하는 국민들이 존재하는 나라다. 더구나 여기에 기성 집단 대신 새로 대두한 정당들과 노조가 있고 시민단체의 운동도 활발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부가 기득권에게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보다 양극화를 피하면서 국민 성원에게 평등한 분배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 입각할 때 국민의 정체성이 확보되고 국민 통합이 이루어져서 보다 건강하고 미래가 보장되는 사회라고 믿고 있다.
(1) Dominique Vidal, Michel Warachawski et Leila Shahid, Les banlieues, le Proche-Orient et nous(Edition de l'Atelier, 2006).
(2) 박단, 「2005년 프랑스 소요사태와 무슬림 이민자 통합문제」, 『프랑스사연구』, 14호(2006년).
(3) 타하르 벤 젤룬, 홍세화 옮김, 『인종차별, 야만의 색깔들』(상형문자, 2004).

이학수 본지 편집위원, 프랑스 현대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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