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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의 외피를 둘러싼 치열한 기억투쟁의 현장 (하)
“평화“의 외피를 둘러싼 치열한 기억투쟁의 현장 (하)

[한겨레 2005-08-26 10:18]  

95년 6월 23일 점화된 ‘평화의 불’을 중심으로, 전쟁 당시 오키나와를 포위한 1500여척의 미군 함정과 그로부터 날아드는 엄청난 함포사격을 나타내는 ‘철의 폭풍’을 이미지화한 지그재그 형태로 희생자 각명비가 조성되었다. 여기에는 2003년 6월 23일 현재 총 23만 8429명이 각명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 외국인은 한국인 326명을 포함하여 1만 4526명이다.

‘평화의 비’의 최대의 특징은 오키나와전에서의 전몰자의 이름이 적·아군, 전투원?비전투원,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별없이 국적을 불문하고 새겨져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전투원의 경우 부대와 계급명을 붙이지 않고 일개인으로 환원하여 기록하는 것에 의해 ‘전쟁미화’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 ‘평화의 비’는 위령탑으로서 건립된 것이 아니라 사실의 기록이라는 측면이 중심이기 때문에 향로와 제단이 없다. 그러기에 2001년 6월 23일 고이즈미 총리가 여기에 참배한 것은 그 본래의 의미를 변질시키고 야스쿠니 신사화 하려는 행위라는 비난의 여론이 생겨나고 있다. 오키나와전을 체험하지 못한 자만이 남게 되는 수십 년 후에는 ‘평화의 비’의 기능과 역할은 ‘사실의 기록’으로서의 의미가 강해져 차세대에도 ‘전쟁반대의 마음’을 키워주는데 있다고 한다.1) ‘평화의 비’는 오키나와 주민의 과거에 대한 ‘관용의 마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모든 전쟁을 부정하는 ‘오키나와의 마음’을 표시하는 것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2)

계속되는 ‘평화’를 둘러싼 기억투쟁 오키나와 전투는 전선이 사라지고 군인과 민간인의 구분이 사라져 모든 사람들이 전쟁으로 내몰린 총력전이었다. 이는 일본군에 의한 전면동원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군 함대의 무차별 함포사격이 초래한 것이기도 하였다.

‘히메유리학도대’3)로 대표되는 오키나와 전투 이야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결국 순국한 ‘일본인’을 미화하는 일종의 야스쿠니 신사임에도 불구하고 전후 일본 사회에서는 반전평화의 슬로건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바로 히메유리가 지닌 인기의 비밀과 야스쿠니 신사로 이루지 못했던 전후 내셔널리즘의 재구축논리를 감추어져 있다.5) 전쟁을 경험하고 미군점령기를 거쳐 지금도 전체면적의 20%가 미군기지, 그것도 유사시 동아시아의 발진기지로 위치 지워진 상태에서 항상 전쟁의 불안을 가슴 속에 안고 생활하는 오키나와 주민들은 이러한 군국주의 부활에 대하여 강한 우려를 나타냄과 동시에 역사의 올바른 기억을 통해 ‘평화’를 위한 투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 石原昌家, 2002, 沖繩平和祈念資料館と‘平和の礎’の意味するもの、爭點?沖)繩戰の記憶, 社會評論社
2) 우리 오키나와현민은 태평양전쟁·오키나와전 종결 5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오키나와전에서 귀중한 생명을 잃은 모든 분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며, 비참한 전쟁의 교훈을 후세에 바르게 전하고, 오키나와의 역사와 풍토 속에서 키워온 “평화의 마음”을 국내외에 널리 전함과 동시에 세계의 항구평화를 염원하며 여기에 ‘평화의 비’를 건설한다. 1995년 6월 오키나와현(‘평화의 비’ 건설취지)
3) 45년 3월 23일, 오키나와여자사범학교와 현립제일고등여학교의 어린 학생 222명과 직원 18명이 육군병원에 배치되었다가 미군의 포위망 속에서 투항명령이 아닌 해산명령으로 인하여 219명이 희생되었는데 이를 ‘히메유리학도대’라고 부른다. 이를 추모하여 히메유리탑과 평화기념자료관에 동창회에 의해 건립되었고,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일본인은 거의 모두가 이곳을 방문하여 참배하고 있다.
4) 도미야마 이치로, 2002, ‘전장의 기억’, 도서출판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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